2019년 7월 17일 열린 안성 청소년 평화통일 원탁회의

진단

국민이 생각하는 평화통일


통일관의 변화,
통일의 변화



국민들은 한반도 평화만들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MZ세대를 포함해 국민 전반의 평화통일 인식을 알아보고 우리의 과제를 제안한다.


  통일연구원은 2014년부터 『KINU 통일의식조사』라는 연례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매년 1회 혹은 2회 실시하고 있는 이 조사는 조사원이 직접 응답자를 찾아가는 대면면접조사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매회 1,000명을 조사하고 있다. 2021년 조사는 4월 26일에서 5월 18일 사이에 실시되었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이다.

  최근의 『KINU 통일의식조사』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들이 통일을 생각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있었다. 한국인들은 더 이상 통일을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국시(國是)로 생각하지 않으며, 또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남북이 통일되어야 한다는 민족주의적 통일관도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통일에 대한 이러한 태도 변화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특히 젊은 층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2019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열린 DMZ 평화손잡기 ⓒ연합

남북관계 부침에도 변하지 않는 ‘평화 선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종종 솔직하지 않은 답을 내놓는다. 특히 여론조사를 통해 통일과 북한에 대한 태도를 조사할 때 이런 경향이 자주 발견된다. 우리는 모두 통일이 가장 중요한 국가적 목표라고 배워왔기 때문에, 내심 통일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통일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도 그런 생각을 밖으로 내비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용인되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경향을 사회적 바람직성(social desirability)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2021년 조사에서는 58.7%의 응답자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사회적 바람직성을 고려하면, 이 응답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이 생긴다.

  『KINU 통일의식조사』에서는 다양한 문항 개발을 통해 이 사회적 바람직성의 효과를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남북한이 전쟁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라는 문항은 이러한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다.2)
1) 매년 1회 혹은 2회 실시하고 있는 이 조사는 조사원이 직접 응답자를 찾아가는 대면면접조사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매회 1,000명을 조사하고 있다. 2021년 조사는 4월 26일에서 5월 18일 사이에 실시되었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이다.
2) 이 문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5점 척도로 측정한다(1=전혀 동의하지 않음, 2=별로 동의하지 않음, 3=보통, 4=다소 동의, 5=매우 동의).

  통일의 대안으로 평화공존이라는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어서 응답자들은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답을 할 수 있는 문항이다. 2016년에 처음 시작된 이 문항은 지금까지 8회 조사되었다. 앞의 문장에 대한 긍정응답(다소 동의함, 매우 동의함)을 ‘평화공존 선호’, 부정응답(전혀 동의하지 않음, 별로 동의하지 않음)을 ‘통일 선호’로 코딩하여 그린 것이 <그림 1>의 그래프이다.

  <그림 1>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2016년과 2021년 사이 남북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통일 선호와 평화공존 선호는 크게 영향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7년 남북관계는 북한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전쟁 직전까지 악화하였으며, 뒤이어 평창 동계올림픽과 잇단 남북, 북·미회담으로 극적인 전환을 경험했다. 그리고 2019년 이후에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의 영향으로 또 정체기를 경험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남북관계가 극적으로 부침을 거듭했지만, 2016년 이후로 평화공존을 선호한다는 사람들의 비율은 늘고 통일을 선호하는 비율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음을 <그림 1>이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일관된 경향성은 이 질문이 사회적 바람직성의 편향성 없이 통일에 대한 솔직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2021년 4월 조사결과를 보면, 56.5%의 응답자들이 통일보다 평화공존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반면, 통일을 선호하는 응답자들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5.4%에 그쳤다. 문항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6년에 평화공존 선호가 43.1%, 통일 선호가 37.3%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2021년 상반기에 평통 충남지역 청년들이 진행한 한라에서 백두까지 걸어서 945km

세대 낮아질수록 “통일이 유일한 대안인가?”
  평화공존 선호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최근 언론에서 이른바 ‘MZ세대’로 통칭되고 있는 1981년 이후 출생한 젊은세대이다. <그림 2>는 2016년에서 2021년까지의 데이터를 합산하여 세대별로 비교한 횡단면 분석이다.3)
3) KINU 통일의식조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세대분류법을 쓰고 있다. 전쟁세대: 1950년 이전 출생 / 산업화세대: 1951년~1960년 출생 / 386세대: 1961년~1970년 출생 / X세대: 1971년~1980년 출생 / IMF세대: 1981년~1990년 출생 / 밀레니얼세대: 1991년 이후 출생

  1991년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의 경우, 무려 60.4%가 평화공존을 선호하는 반면 통일 선호는 18.6%에 그쳤다. IMF세대도 마찬가지로 과반이 넘는 53.4%가 평화공존을 선호하고 있었다. 전쟁세대나 산업화세대의 경우에도 평화공존을 선호하는 비율이 통일 선호보다 높다.


  이러한 조사결과가 한국인들은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인들은 이제 통일이 유일한 대안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더 타당한 해석일 것이다. 통일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최소한 여론 차원에서 통일이 절대적 가치의 국가 목표인 시기는 이미 지났다.

  <그림 3>의 그래프는 이런 결론을 뒷받침한다. 여기에서는 “남북이 한민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하나의 국가를 이룰 필요는 없다”라는 문항에 대한 찬성 응답을 ‘탈민족주의 통일관’, 반대 응답을 ‘민족주의 통일관’이라고 코딩하였다. 이 문항은 2017년부터 측정을 시작했다. 평화공존 선호가 늘어나는 것과 매우 유사한 패턴으로 탈민족주의 통일관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올해 조사된 자료만을 보면, 48.8%의 응답자들이 같은 민족이라고 해도 하나의 국가를 이룰 필요가 없다는 것에 동의했다. 반면 이 문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민족주의 통일관을 가진 응답자들은 23%에 그쳤다. 더 이상 민족이라는 것이 통일의 근거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탈민족주의 경향을 주도 하고 있는 것은 젊은세대들이다.


‘가치’ 아닌 ‘도구’로서의 통일, 소극적 평화부터 시작해야
  <그림 4>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데이터를 합하여 세대별로 횡단면 분석을 한 것이다. 1991년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의 경우, 민족주의 통일관에 공감하는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반면 탈민족주의로 분류된 비율은 52.8%에 달한다. 전쟁세대와 산업화세대의 경우에만 민족주의와 탈민족주의의 비율이 그나마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386세대로 넘어오면서는 탈민족주의의 비율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KINU 통일의식조사』는 통일은 선, 분단은 악이라는 이분법적이고 도덕주의적인 접근이 더 이상 국민들의 통일관을 이해하는 틀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한국인들에게 통일은 더 이상 그 자체로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통일은 우리와 북한 동포의 삶을 풍요롭고 자유롭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도구일 뿐이다. 이 목적을 성취할 수 있으면서도 더 안전하고 평화로우며 적은 비용을 수반하는 통일의 대안이 있다면, 실용주의적 성향이 강한 한국인들은 기꺼이 그 대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통일에 대한 이런 열린 접근법과 태도가 어쩌면 역설적으로 통일을 가능케 할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통일을 우리 삶을 더 풍요롭고 자유롭게 하는 도구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평통 청년위원들이 주도한 한반도 평화원정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변화하는 국민들의 통일관을 반영하여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세스는 우선 한반도의 전쟁을 끝내고 평화체제로 전환하여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제도적 틀과 합의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남북 간의 긴장완화와 군비통제, 한반도의 비핵화, 그리고 평화협정 체결 등을 통해 우선 전쟁의 위험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리고 이 소극적 평화가 달성된 후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존중하고 구조적 폭력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적극적 평화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목표이다.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고 전쟁의 위협이 사라질 때 우리는 다시 그 다음 단계로의 통일을 새롭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신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