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식량안보와 인도주의 정신

김수암 통일연구원선임연구위원

다가오는 10월 16일 세계 식량의 날을 맞아 북한 주민의 식량안보 (Food Security) 상황을 살펴보자. 식량안보의 가장 큰 핵심 요소인 가용성 (Availability)은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과 식량농업기구가 5월 3일 발표한 긴급식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가뭄, 홍수, 농업 생산에 필요한 투입 요소 부족 등의 요인으로 지난 10년 이래 최악의 작황을 기록했다. 그 결과 올해 136만 톤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엎친 데 덮친 상황으로 지난 9월 제 13호 태풍 링링 이 북한의 곡창지대를 관통하면서 식량 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 조선중앙 TV 는 이례적으로 재난 상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6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이 자리에서 태풍 피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자연재해에 취약한 북한으로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야 할 정도로 위기감을 느꼈던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도움의 손길을 주어야 할 외부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리 내부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은 시야에서 차츰 멀어지고 있다. 남북관계가 일시적으로 교착 상태에 빠지자 북한을 ‘적’ 으로 규정하면서 대결을 부추기는 세력들로 인해 인도주의 정신마저 묻혀 버렸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는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만, 그럼에도 대북제재는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주의 공동체의 우려를 반영해 지난해 8 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대북 인도적 지원 면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모금 활동 등 대북 인도적 지원활동은 위축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 1874(2009) 에 따라 설립된 전문가 패널은 2019년 8월 30일 제출한 보고서에서 대북제재가 여전히 인도적 지원에 대해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부정적 결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북제재위원회는 1년에 두 번 북한 내 유엔 관련 기구로부터 의도치 않은 제재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보고받는 등 소통을 강화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현재 식량 가용성이 낮은 북한의 상황은 북한 정부의 역량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인도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남북협력을 통해 가용 가능한 식량을 최대로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 모두 인도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장애를 적극적으로 제거해나가야 한다. 북한 정부는 정치·군사적 상황을 연계하여 인도주의 실현에 장애를 조성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우리도 북한 주민을 향해 따뜻한 손길을 보내는 인도주의 정신을 적극 발휘해야 한다. 인도주의 정신의 실천은 궁극적으로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북한 내 역량을 형성하기 위한 남북 협력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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