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좌담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를 살펴보고,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4월 30일 서울 중구 장충동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진행된 특별 좌담회에 참석한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박영호 강원대 교수,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왼쪽부터).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를 살펴보고,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4월 30일 서울 중구 장충동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진행된 특별 좌담회에 참석한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박영호 강원대 교수,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왼쪽부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 “드라마 같았던 남북 정상회담,
정부가 북·미 중재자 역할 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가진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명문화함으로써,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민주평통은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기 위한 조건과 방안 등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고자 4월 30일 저녁 서울 중구 장충동 민주평통 사무처 2층 대강당에서 특별 좌담회를 마련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번 좌담회에는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와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하 가나다순)이 참석해 2018 남북 정상회담 의미와 판문점 선언에 대한 평가, 북·미 정상회담 전개 양상 등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사회는 박영호 강원대 교수가 맡았다.

박영호 | 70여 년의 분단과 휴전으로 갈등과 대립이 상존한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청년으로 살면서 남북 분단 때문에 불편을 겪었던 경험이 있나?

박철웅 |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끈질긴 요청에도 긴 침묵을 지키던 김정은 위원장이 1월 1일 신년사에서 입을 열었다. 1월 3일 판문점 연락 채널을 복원한 남과 북은 1월 9일 고위급회 담을 열고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합의했다.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특사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북한의 변화는 가시화됐다.

남북 선수단 공동 입장을 비롯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으로 남북은 평화 의지를 확인했다.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북측 예술단의 방한 공연은 남북대화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올림픽 폐막 이후 우리 정부도 특사단을 북측에 보냈다. 대북특사단은 방북 당일인 3월 5일 김 위원장을 만나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했다. 3월 28일에는 고위급회담을 열어 남북 정상회담 날짜를 4월 27일로 정하면서 남과 북은 11년 만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내려달라.

김동엽 | 이번 정상회담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자연스러움’이다. 잘 만든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극본부터 연출까지 아주 훌륭했다. 물론 아무리 잘짜인 극본이라 할지라도 배우가 연습을 소홀히 한다면 극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다. 배우가 연기를 체화해야 극이 살아나는 것처럼, 남북 정상회담의 주인공인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의 의지와 김 위원장의 간절함이 결합한 결과물이라 하겠다.

판문점 선언은 6·15 남북 공동선언이나 10·4 남북 공동선언과 비교해 볼 때 선언문이 나온 환경이 다르다. 핵에 대한 무게가 2007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졌고, 500개의 시장과 500만 대에 이르는 휴대전화 사용 등 북한 인민들의 생활 상 또한 크게 달라졌다. 판문점 선언 1조에 남북 경제·사회·문화 교류를 언급하고, 2조에 군사 문제, 3조에 평화 체제를 말하며 ‘완전한 비핵화’를 3항에 넣은 것은 2조를 통해 1조를 떠받치고 3조로 넘어가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관계를 시작점이자 중심으로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완전한 비핵화까지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성윤 |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했던 북핵 위기가 끝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점에서 국민들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그와 동시에 남북이 함께 한반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희망도 던져주었다. 우리 정부가 신중하게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준비도 철두철미하게 해온 듯하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핵심은 북핵 동결을 입구로 삼아 평화 체제로 가는 출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합의사항을 보면 평화 체제 구축의 필수요소인 비핵화, 남·북·미가 참여하는 평화협정, 남북한 군사적 신뢰 조치가 골고루 담겨 있다.

조남훈 |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보여준 태도는 매우 놀라웠다. 두 사람 모두 정상회담에서 자연스럽고 여유로우며 융통성을 발휘했다. 김위원장의 제안으로 문 대통령이 북측 땅을 밟았던 순간이나 예정에 없던 기념촬영을 하던 순간이 특히 그랬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상인 문 대통령의 이러한 모습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것이었지만, 김 위원장의 여유로운 모습은 예상 밖이었다. 무엇보다 3대 의제인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 발전, 군사적 긴장 완화 및 평화 체제 구축을 다뤘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의미 있는 회담이었다.

제4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명문화

박영호 |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보여주었다. 최고지도자로서 쌓은 역량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남북한의 의지가 잘 드러났다.

특히 판문점 선언을 보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내용, 이를테면 고위급회담, 군사적 긴장 완화, 적대관계 종식, 군사회담 및 장성급회담 수시 개최 등을 포 함해 이산가족·친척 상봉, 개성 지역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가 함께 언급됐다.

또 남북한 당국의 상시적인 접촉을 통한 문제 해결과 낮은 수준이지만 당국 간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정리하면, 남과 북은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6개 항에 대해 합의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이고, 향후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조남훈 | 올가을 평양에서 다음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명시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남북 정상회담을 한 번의 행사로 끝내지 않고 정례화하겠다고 명문화한 셈이다. 교류와 협력은 일시적으로 혹은 단선적으로 이뤄질 사안이 아니라 제도화·국제화·정례화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다음 정상회담 개최를 명문화한 것은 매우 의미 있다.

이러한 조치는 국회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비준받을 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정부는 이를 슬기롭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3대 의제 중 하나인 비핵화는 남북관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비핵화는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북·미관계 문제이기도 하다. 남·북·미, 나아가 동북아 발전과 보조를 맞춰 비핵화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박영호 교수

박영호 교수
“남북한 당국의 상시적인 접촉을 통한 문제 해결과 낮은 수준이지만 당국 간에 협상하기로 합의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정성윤 | 문 대통령은 그동안 “비핵화 진척이 없으면 남북관계 개선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이 비핵화에 방점이 찍혀 있을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합의문에는 비핵화보다는 남북관계 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남북 간 협력 게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식하에 시간이 지나고 정세에 변동이 있더라도 남북 간 협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다양한 수준의 협력 의제를 그물망 치듯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전략 차원에서 김 위원장이 미래에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 이익을 세심하게 고려해 제시한 듯하다.

10·4 선언 등 과거 합의를 계승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두는 것도 북한을 배려한 세심한 합의사항이라 볼 수 있다. 동해선 및 경의선 도로·철도 연결사업도 북한 입장에서는 미래에 기대되는 이익 중 하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우리 정부가 북한을 상당히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동엽 | 이번 판문점 선언은 논리적으로 완벽했다. 과거 우리에게 비핵화 문제는 독립변수이고, 남북관계는 종속변수였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해 남북관계만의 특별함을 만들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3조에 언급되는 평화 체제는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환경이고 필요조건이다. 평화 체제 환경을 조성하면 자연히 비핵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논리다. 이러한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우리 정부의 노력도 있었지만 북한 나름의 선택도 작용했다고 본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아닌 남한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올해 핵· 경제 병진노선을 버리고 새로운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 시점이다. 안보 영역에서 경제 영역으로 나아가려면 그에 따른 전략을 마련해야하기 때문이다.

1조 6항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6항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남북한의 미래를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염두에 두고 넣어둔 듯 하다. 철도 및 도로 건설, 시간의 일치 등 남북 교류 및 협력 여건을 조성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북한 스스로 시간을 30분 늦춰고 서울시간에 맞춘 것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간절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남훈 | 비핵화와 남북관계 중 어느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남북관계, 평화 체제, 비핵화라는 일련의 순서가 꼭 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북한과 미국이 협의를 통해 평화 체제 구축과 북핵 폐기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일각에서는 리비아식 해법을 거론하는데, 현실적으로 행동 대 행동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순서를 떠나 평화 체제와 비핵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서희준 | 청년들이 반감을 가진 것은 정보의 불충분 때문이다. 정부가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다수의 청년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단일팀 구성에 대해 사전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 국가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미흡했다.

‘북방한계선’ 용어 처음 사용, 10·4 선언보다 진일보

박영호 | 이번 회담으로 적대적 행위 일체 중지, 서해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화, 상호 교류와 왕래 접촉을 위한 군사적 보장대책 마련에 합의했다. 이러한 합의는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조남훈 | 군사적 신뢰 구축은 굉장히 중요하다. 무조건 평화 체제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평화 체제로 가는 첫 단계가 종전 선언이라면 마지막 단계는 평화협정 체결이다. 그 중간에 군사적 신뢰 구축이 있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두고 진전됐다고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합의문에 ‘북방한계선’이란 용어가 처음 사용됐기 때문이다.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 때 10·4 선언을 작성하면서 북방한계선을 꺼내지 못하도록 한 것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또 다른 특징은 탑다운(Top-down) 방식의 최고위급 결정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문제가 생기면 본인이 직접 해결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최고위급의 의지가 지속된다면 대부분의 군사적 충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동력이 계속 이어진다면 군축 등을 통해 평화적인 환경을 과감하게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동엽 교수

김동엽 교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속도전을 언급했는데, 확실한 건 정부가 운전석에 앉아 있고 김 위원장을 그 옆에 태웠다는 점이다.”

김동엽 | 지금까지 남북관계가 부침을 겪었던 이유는 남북 간 군사적 충돌 때문이었다. 남북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사라져야 남북관계 역시 흔들림 없이 이어나갈 수 있으며 발전할 수 있다. 종전 선언이나 평화협정체결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정전협정을 준수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가장 먼저 개최하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 군사대화를 앞세우겠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합의문 2조 2항에 나오는 북방한계선 사안은 지금 당장 시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10·4 선언 이행 조치 중 하나로 해석해야 한다.

정성윤 | 합의문을 보면 남북한 모두 ‘군사적 사안을 정치적으로 해결하겠다’라는 인상을 받았다. 즉, 우선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태를 이완하고, 나아가 실질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쟁 위협이 상당히 높다고 보는 듯하다. 물론 실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한의 이해와 남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조남훈 | 남과 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단계적 군축에 합의했다. 하지만 군축이 꼭 남북관계에서 비롯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 내부로부터 비롯될 수도 있다. 향후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민생경제에 대한 재원 배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대규모의 군은 자칫 김정은에게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향후 내부적 요인을 고려해 군을 줄이려고 할 수도 있다.

박영호 | 이번 합의에서 놀라운 성과는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정전 상태 종식과 평화 체제 수립에 관한 내용이다. 특히 올해 종전 선언을 하겠다고 밝혔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도 언급됐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고, 실제 이행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정성윤 연구위원

정성윤 연구위원
“이번 정상회담은 북핵 위기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더불어 남북이 함께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는 희망도 던져주었다.”

김동엽 | 개인적으로 남북한이 종전 선언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문장 하나로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종전 선언을 할 수 있느냐라는 논란을 종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종전 선언은 정치적 이벤트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종전 선언이 언제 이뤄질 것인가이다. 종전 선언은 남북 정상이 다 시 만날 때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기는 올가을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지금 왜 이러한 선택을 했는지는 김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말한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라는 말 한마디에 담겨 있다. 이제 북한은 생존을 위한 ‘핵 포기 딜레마’가 아니라 행복을 위한 ‘핵 보유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북한이 ‘핵 보유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북한의 의지만큼이나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협조 얻어야”

박영호 | 이제는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핵실험장 폐기,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지에 관한 북한의 입장을 보면, 핵무기 및 핵 프로그램 완전 폐기 시 어떠한 가격을 요구할지 궁금하다. 이것이 결정되려면 북측이 주장하는 군사적 위협 해소, 체제 안전 보장과 교환돼야 할 것이다. 북한은 남한에도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실질적인 비핵화가 이뤄질 가능성과 그 시기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동북아 정세는 어떻게 흘러갈까.

조남훈 | 러시아는 현재 상황에 끼어들 생각이 없어 보인다. 다만 평화협정이 체결된 이후 동북아의 안보질서 문제가 논의될 때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러시아 패싱’이 우려되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고 응수한다. 한반도 주변에는 강국들이 많은데 이들의 협조 없이는 비핵화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중국 측에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한편 일본하고도 소통을 계속해야 한다.

김동엽 | 남·북·미·중 4자회담을 통해 평화 체제와 비핵화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이행 문제보다 이를 지속할 수 있는 보장 조치가 더 중요하다. 리비아나 우크라이나 사례에서 보듯 합의사항이 이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유지·보장할 장치가 없으면 실패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한 남북 양자 간 종전 선언과 남·북·미·중 4자간 평화협정, 그리고 6자와 유엔 등 다자간 보장 조치를 마련하는 중층적인 새로운 틀을 구상해보아야 할 것이다

조남훈 책임연구위원

조남훈 책임연구위원
“올가을 평양에서 다음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명시한 것이 눈에 띈다. 남북 정상회담을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정례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북·미 간 의사소통 간극 메워야”

박영호 | 북·미 정상회담에서 소기의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5월 한 달간 어떠한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할까.

조남훈 | 두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우리 정부가 북한과 미국 간의 의사소통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데, 우리는 이를 양국에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나아가 미국이 생각하는 방안과 북한이 고려하는 방안이 각각 다를 수 있는데, 우리가 절충점을 찾아 제시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창출해 제안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타협을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아이디어를 생각해 방안을 제시하는 등 양측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성윤 | 정부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도록 하는 것도 중재자의 역할이다. 과거 미국이 다른 중소국가와 협상한 것을 보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예외사항이 많다. 북한은 북한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판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사견이지만 북·미는 이번 합의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판단한다면 플랜B로 돌아갈 생각을 할 수 있다. 정부는 북한과 미국이 플랜B로 방향을 선회하면 북한은 체제 유지가 어렵고, 미국은 비핵화가 물건너간다는 점을 강하게 인지시켜야 한다. 향후 중재 외교의 초점은 이러한 점에 맞춰야 할 것이다.

김동엽 |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속도전을 언급했는데, 확실한 건 정부가 운전석에 앉아 있고 김위원장을 그 옆에 태웠다는 점이다. 남북 간의 행복한 로맨스가 성사된다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모두가 차에 타고 싶어 할 것이다. 또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진행 과정을 보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보상을 보증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북한 측에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에 임하면 체제 안전을 위한 확실한 보상이 주어질 것이란 사실을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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