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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보험이 있다?

이준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북한

북한에도 재해나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제도가 있다. 다만 ‘조선민족보험총회사’가 유일하며 북한 국내에만 220여 개 지점을 두고 있다. 해외에는 프랑스, 독일, 스위스, 파키스탄, 멕시코, 영국에 대표부가 있는데, 이는 김정은 비자금 조성 창구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북한의 보험제도에 대해 알아본다.

북한에만 있는 ‘핵 보험’

북한 보험은 크게 사회보험, 인체보험, 재산보험 3가지로 나뉜다. 사회보험은 노동자와 농민들에게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보험으로, 노동자 및 농민 소득의 일부분과 각 기업 급여의 일정금액을 활용해 보험자금으로 사용한다. 가입자가 사고나 질병, 실업 등 보험사유가 발생할 경우 보조금 지급과 요양 등의 혜택이 따른다. 또 남한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연금제도와 피보험자 질병부상으로 인해 장해를 입었을 경우 보상하는 폐질연금, 사망 시 유가족에게 지급되는 유가족연금, 노인이 되면 주는 양로연금도 있다.

재산보험은 재산 손해 발생 시 보상금이 지불되지만 만기 보험료는 되돌려 받을 수 없는 보장성 보험이다. 북한정권만을 위한 보험도 있다. 바로 ‘핵 보험’이다. 오랫동안 핵을 개발해 온 북한에서는 이 핵 보험을 정권유지, 국외 경제지원 등을 받아내는 협상카드로 사용된다. 핵은 북한정권의 최고 보험 상품이기도 하다.

보험은 국가의 재정수입
높이기 위한 제도

북한의 보험 시스템은 국가의 재정수입을 높이는 목적으로 보험총국에서 총괄하되 각 기관 재정부서에서 매월 지불되는 월급에 근거해 적용한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남한의 소득세에 해당한 세금을 의무적으로 공제해 지불하고 있다. 개인은 국가의 전반적 활동영역에 참여하는 이상 근로자든 사무원(공무원)이든 인체보험 대상인 것이다.

재산보험은 개인의 재산이 아닌 국가의 소유를 염두에 둔 보험이며, 보장성과 환급금은 보험총국에서 피해 기관에 규정된 액수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북한의 모든 기관, 기업소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보험 혜택을 바라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월급으로 생활하지 못하는 사회여서 노동자들은 얼마를 무슨 근거로 공제하는지를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 필요도 느끼지 않은지는 벌써 30년이 넘었다. 국제보험토론회에 참석한 북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 ▲ 국제보험토론회에 참석한 북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

남한의 국민연금처럼 북한에도 “600g에 2,500원”이란 말이 있다. 이것은 국가훈장이나 김 부자 표창 등 국가 활동 참여기간에 받은 명예칭호나 증서를 가지고 정년퇴직 후 국가에서 매일 식량 600g에 월급 2,500원을 공급한다는 논리다.

이러한 제도는 형식상 제도일 뿐 배급제가 무너지고 경제가 하락하는 현실에서 실천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단 북한도 국가라는 형식의 틀에서 “세금 없는 나라”라고 주장은 하지만 노동력에 의한 수입원을 보험의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재미는 경제가 쪼들릴수록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일종의 ‘마르지 않는 샘’인 것이다.

북한에는 어떤 보험법이 있을까?

'북한 원산구두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 ▲ 북한 원산구두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 북한에서 보험법이 제정된 시기는 1995년 4월 6일에 최고인민회의(우리 국회 격) 상설회의 결정으로 채택돼 1999년, 2002년, 2005년, 2008년 4차례 수정, 보충되었다. 첫 채택 시기는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서 핵 동결과 경수로 제공으로 KEDO(케도, 신포경수로발전소) 사업을 진척하던 시기인 것이다.

그 이후 수정보충한 시기는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조짐이 보일 때나 실제 활성화되던 시기로서 개성공단이나 나진특구를 겨냥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북한 보험법 제1장 3조 ‘보험의 분류’에는 <보험은 보험대상에 따라 인체보험과 재산보험으로 나눈다, 인체보험에는 생명보험, 불상사보험, 어린이보험, 여객보험 같은 것이 속하며, 재산보험에는 화재보험, 해상보험, 농업보험, 기술보험, 자동차보험, 신용보험, 배상책임보험 같은 것이 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1장 8조 ‘보험법의 적용제한’에는 <이 법은 국가의 시책으로 실시하는 사회보험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북한에서 제정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보험법’은 철두철미 외국기업이나 개인, 단체가 북한 영역에서 활동할 때 의무적으로 들게 하는 ‘법’이라고 보면 된다.

외화만을 노리는 북한의 보험활동

'북한에서는 외화의 가치가 높다 ▲ 북한에서는 외화의 가치가 높다 북한 보험의 첫 ‘사냥 대상’은 주북 외국공관 및 외국투자사, 외국인, 해외동포들이다. 이들에게는 인체보험과 재산보험을 의무(강제)적으로 들도록 한 보험법 제1장 4조가 적용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북한영역에 진출했을 때 이러한 현실을 겪어보았으리라 본다. 북한 안에서 시행되는 법이므로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보험의 의미를 잘 아는 분들이라 생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을 알고 있는 북한 보험기관은 자국민들이 잘 알지도 못하고 지불능력도 없는 현실을 외면한 채 보험법의 서두에 ‘국가와 기관, 단체, 공민, 외국기업 및 외국인 등’이라고 밝혀 마치 이중성이 없는 것처럼 서술한다. 북한 보험도 ‘오리발 전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보험 상품 가격을 명시하지 않아 내라는대로 내야 하는 북한식 ‘조폭행위’가 빤히 들여다보인다는 것이다. 북한 보험총국은 형식상으로는 내각에 소속되었다고 하지만 실제 업무와 외화수입은 노동당 39호실로 정권의 통치자금줄 역할을 한다. 비단 북한 영역에만 그치지 않고 해외 재보험에 가입해 목돈을 챙기는 사례가 농후하다.

대표적 사례로 2007년에 30년생 6천 톤급 무역선을 영국 재보험회사와 계약을 맺고 1년 6개월 후에 고의적으로 화재를 일으켜 침몰시킨 뒤 영국의 보험회사의 현장검증까지 받아 사전에 준비한 사고현장 자료를 제출하여 수백만 달러를 챙기는 ‘묘기’도 발휘했다. “재미있는 곳에서 호랑이 나온다”고 같은 수법을 반복하다가 영국재보험사의 예리한 눈초리에 걸려 무고한 무역선만 폐선시키고 피 같은 돈을 수장시키는 희비극도 연출한 북한 보험총국의 성과(?)에 필자 개인으로서는 동정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보험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

북한의 무역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보험이 주는 보상의 의미를 알지만 엘리트층은 보험이 날아가는 돈을 잡는 것이라고만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험총국이나 무역기관, 은행 등 전문 종사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주민들에게 보험이 뭔지 아느냐고 물으면 대뜸 “보험이 먹는 거야? 입는 거야?”하고 되물을 정도로 보험에 대한 상식이 전무하다.

북한도 남한과 같이 강도, 살인, 강간, 도둑 등 각종 범죄가 발생하는 사례는 동일하나 단 한 가지 없는 것이 ‘보험사기’다. 알아야 도둑질도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보험의 장단점을 모르는 북한에서 보험종사자들이 서류조작으로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것은 그들만의 즐거운 ‘독점물’이다. 만약 남한에서처럼 보험사나 보험 상품들이 너무 많아 어리둥절 한다면, 머리 좋고 순진한 북한 주민들이 일순간에 ‘악마’로 돌변해 천륜을 잃을까봐 걱정스럽다.

남한은 생명보험, 북한은 인체보험?

독자들의 이해를 도모하자면 남과 북의 보험 명칭부터 비교해 봐야 한다. 먼저 남한의 생명보험을 북한에서는 ‘인체보험’이라고 한다. 남한에서는 생명보험을 들 때 본인의 연령과 경제적 여건에 준하여 다양한 보험사를 선택, 비교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이나 미래에 대비해 실손보험을 든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개인이나 가정이라도 장담할 수 없는 사고로 병원신세를 질수 있다는 ‘미래의식’을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개 실손보험 하나쯤은 ‘보석’처럼 가지고 있다. 다만, 생명보험은 보장액수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액수가 큰 만큼 단 기간에 지불해 큰돈을 벌고자 하는 사기범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의 ‘인체보험’은 개인이 드는 보험이 아니라 국가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공제하는 일종의 ‘국가보험’이다. 그것도 국가가 제정한 재정원칙에 따라 할당되는 급여에서 인체보험을 공제한다. 문제는 노동 현장이나 공무집행 중 사고가 나면 보험으로 돌려받는 것이 없다는데 있다.

단, 업무 중 사고로 사망했을 경우 사망자가 속한 기관의 재정과에서 사망자의 생전 급여 중 공제한 인체보험료의 30%를 부조형식으로 지불한다. 북한은 월급의 가치가 없으니 30년 인체보험의 30%면 쌀 15kg을 사나마나한 액수라고 보면 된다. 그래도 ‘보험은 보험인 것 아니냐’고 따져 물을지 모르지만, 북한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면 제도를 눈여겨보라고 말하고 싶다.

'북한은 헌법에 무상치료제를 명시했으나 90년대부터는 유상치료제가 됐다 ▲ 북한은 헌법에 무상치료제를 명시했으나 90년대부터는 유상치료제가 됐다 제도 따로 보험 따로 구분하면 답을 찾기 어려우나 제도를 주어로 하고 보험을 술어로 해서 읽으면 ‘무릎을 탁’ 하고 치게 된다. 북한의 헌법에는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이며 의료제도는 무상치료제’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실상 1990년대부터 북한의 의료기관은 이미 유상치료제를 실시하는 것과 다름없게 되었다.

남한의 경우 공적인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순직 및 산재처리가 되기 때문에 국가가 미망인에게 고인의 생전 월급 중 80%를 미망인 사망 시까지 지불하고, 고인이 생전에 가입했던 생명보험회사에서 계약된 금액을 지불한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가 북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일까?

북한에서도 이를 ‘순직’이라고 부르긴 한다. 남북 모두 국가의 일을 하다가 사고로 사망하면 ‘순직’이라고 부르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에게 가족의 슬픔을 위로하는 정치적인 배려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정작 물질적인 보상에 있어서는 남북 간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험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

북한에서 40년 이상을 살며 병원에도 입원해봤고 면회도 다녀봤지만, 또 부모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리는 장례식에도 수없이 다녀봤지만 직장 재정기관이나 동료들이 주는 부조 외에 ‘보험금’이라는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다. 직장 재정기관에서 주는 부조도 한국 돈으로 치면 1~2만원에 불과하다.

죽은 정승이 산 개만 한다더냐?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계산하는 것은 입에 올리기조차 두렵지만, ‘인간 중심 사회’라고 자찬하는 북한에서는 주민들의 목숨을 신분에 따라 값을 구별한다. 평양의 학생소년궁전이 자리 잡고 있는 광복거리 아파트 단지에서 2008년 12월 중구역에 사는 60대 어르신(여성분)이 딸의 집에 갔다가 저녁 9시경 버스를 타러 나오다가 차에 치어 사고가 났다. 골목길이었고 속도도 느린 승용차에 부딪혔지만 그날 내린 눈에 미끄러져 머리를 다쳐 병원에 실려 가셨다.

어르신은 심한 뇌출혈로 병원 도착 1시간 반 만에 사망했고, 가족 측과 가해자 소속인 모 회사와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우선 장례식에 쓸 물자를 보장하고, 200달러어치의 TV와 150달러의 중국산 세탁기, 쌀 200kg을 주는 조건이었다. 피해자 측은 구류장에 있는 가해자가 갓 결혼한 30대 가장이란 점을 들어 이 합의금을 받고 보안성(경찰청에 해당)에 가해자를 용서해줄 것을 요청해 13일 만에 석방하도록 했다.

가해자가 회사원이었기에 한국 돈 80만 원에 해당하는 물자를 받고 합의해주었지만 만약 능력 없는 가해자였다면 한국 돈으로 10만 원도 합의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나마 교통사고로 인한 명백한 사망사고로 인정됐기에 망정이지 직장에서 일하다가 사고로 사망하면 위에서 말한 한국 돈 1~2만 원의 부조를 받고 국가에서 발급해주는 희생증을 받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했을 것이다. 단 김 부자 초상화를 그리거나 정치적 가치가 있는 대상물을 건설하거나 방화로부터 보위하다가 사망하면 출판물에 크게 보도되고 자식들을 만경대혁명학원(엘리트 교육기관)에 보낼 수 있다.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아들과 인사하며 눈물 흘리는 할머니 ▲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아들과 인사하며 눈물 흘리는 할머니 그래서 북한에서는 죽어도 정치적인 죽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죽음 자체를 미화하지 않는 사람들은 ‘죽은 정승 산 개만 한다더냐?’라는 옛말로 목숨의 귀중함을 되새기고 있다.

가난으로 키운 자식들에게 자신의 목숨이 다하는 날 보험금이라도 물려주고 싶은 부모의 소원과, 그런 돈 필요 없으니 오래만 살아계시면 된다는 자식들의 효성이 만나 강산을 울리는 날이 빨리 오기를, 행복에 굶주린 북한 주민들이 환하게 웃는 통일의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다려 본다.

<사진자료: 연합뉴스>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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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발행 : 2017-06-14 / 제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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