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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재벌 ‘돈주’들의 생활

이준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돈

최근 북한에는 사치 생활을 즐기는 부자들이 늘고 있다. 미화 5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이들은 고급 승용차에 삼성 TV를 몰래 들여놓고, 고급 수영장이나 체육관을 다니기도 한다. 현재 북한 내 휴대전화 가입자 수만 2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북한 돈주들은 휴대폰이 출시될 때마다 새로 바꾸고 통화료로 평균 100달러 이상(월정액인 150분 제외)을 충전해 사용하고 있으며, 국경 근처 사람들은 카카오톡을 즐기기도 한다.

주택에도 변화가 생겼다. 1990년대에 개인 돈주들이 주택 개발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2000년대부터는 아파트를 건설, 분양한 뒤 그 일부를 기관에 제공하는 방식의 주택 건설 사업을 통해 새로 부를 축적하고 있다. 국유화에서 사유화로 변하고 있는 북한 경제와 신흥 부자들의 생활에 대해 알아본다.

주민 100명 중 2명은
북한의 ‘돈주’?
북한 인구가 약 2,500만 명이라고 할 때 약 2%에 해당하는 50만 명은 1990년대 이후 생겨난 신흥 부자들이다. 이들이 평균 5만 달러를 소유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무려 250억 달러가 개인 수중에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즉 100명당 2명은 부자인 셈이다. 더욱이 이들은 생활비를 저축해서 모으지 않고 불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은행이 아닌 현금 자산까지 따지면 ‘지하금융’의 규모가 무척 방대하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화폐 ‘권력형·무역형·장사형’으로
나뉘는 북한 돈주들


북한에서 돈주 출신을 논할 때 자수성가는 평균 70%, 부모 상속은 30%로 분석되며, 유형별로는 권력형, 무역형, 장사형으로 나눌 수 있다. 권력형은 뇌물로 부를 축적하는 경우로, 인사 담당 간부, 검찰, 주택 배정처, 교육국장(특히 대학 추천 담당), 해외 건설 담당관, 건설 감독관(주택부지 허가), 출입국 관리국 등 주로 권력을 가진 기관의 근무자들이다. 무역형은 각 기관 수출입담당 부서 종사자들을 비롯해 외화 상점과 식당 운영자, 무역 대표부 해외파견 근무자, 무역 감독·통제· 승인 담당관들이다.

장사형은 소매가 아닌 도매상들이다. 자수성가한 장마당 상인들은 평균 2~5만 달러의 자금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국경선 주변에서 많은 양의 상품들을 움직이며 저렴한 가격에 회전수를 높이는 동시에 각 지방에 파트너를 정해 범위를 확장해 나간다. 배급제가 무너져 자력으로 생존해야 하는 통제 불능의 현실을 기회로 삼은 ‘머리 좋은 사람들’이 직장을 옮겨서라도 무역에 뛰어들어 돈이 되는 자원수출로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마약 등의 위험한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달러만 보면 돌부처도 히죽히죽 웃는다’

북한의 자산 형성은 배급제가 무너진 1994년부터 시작됐다. 특히 고난의 행군으로 수많은 아사자가 생겨난 90년대 중반부터는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이후 시장경제 덕에 그나마 주민들이 돈을 모을 수 있었지만, 2009년 단행한 화폐개혁으로 인해 자금을 국가로부터 수탈당하자 주민들은 더 이상 북한 원화의 가치를 믿지 않고 외화를 높게 인식하게 됐다.

당국의 끈질긴 자본주의 사상 배척교양 운동에도 불구하고 “달러만 보면 돌부처도 히죽히죽 웃는다”는 ‘황금만능주의’가 대두되면서 생존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자리 잡았다. 정부는 돈의 출처를 따지지 않겠다고 광고했지만 은행 거래를 ‘죽음의 거래’로 여기고 있던 돈주들에겐 이미 집이 ‘제일 안전한 개인은행’이 된 것이다.

물론 돈을 지키기 위해 도둑을 방지하는 것은 필수사항이 되었다. 돈주가 되려면 종잣돈이 있어야 한다. 북한에서 종잣돈을 마련하려면 먼저 돈이 될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 하고, 신뢰에 기초한 대인관계가 필요하다. 이처럼 ‘신뢰에 기초한 대인관계’를 얻으려면 결국 권력을 업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평양 광복거리 권력을 등에 업은 북한식 정경유착

북한에서도 권력은 돈을 낳는 ‘샘’이다. 돈주들은 권력에 로비해 이권을 챙기고 부를 쌓아간다. 권력은 돈주들의 능력을 움직이고 돈은 권력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것이 북한식 정경유착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식 정경유착은 체제의 특성에 맞게 기승을 부린다. 그 ‘수탈’ 방법이 매우 다양한데, 예를 들어 충성 차원의 상납금을 내지 않으면 ‘사회적 동원’을 명목으로 장사에 지장을 준다. 뒤를 봐주던 권력가들이 당 검열로 숙청되거나 권력의 2대 축인 당과 공안기관 중 한 곳에 치우치면 잘나가던 돈주들이라도 재산몰수나 총살을 당하는 등 권력의 희생물이 되고 만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당의 배려 외에 축적된 부는 불법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라는 법적 논리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돈 있는 사람은 돈으로”라고 선동하고 있고, 검찰은 “바칠 거야? 잡혀갈 거야?”라는 위협적인 형태로 상납을 강요한다. 그리고 그 규모를 조절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챙기는 ‘이중 착취’가 일어난다. ‘돈은 밝은 데서 생기지 않는다’는 말은 권력과 돈주들의 능력이 결합될 때라야 권력의 맛을 느끼고 돈주들은 ‘삶의 광명’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돈 있는 사람은 감시망에 올라와 있고 ‘돈 관리를 잘하지 않은(혼자서 다 갖으려는)’ 돈주는 재산 몰수와 더불어 ‘국가 재산 탐오낭비(국가 및 공동 재산 횡령), 자원 헐값 판매’ 등의 죄를 씌워 공개 처형한다. “키워서 잡아먹는다”는 돈주들의 ‘운명어’가 등장한 이유다. 따라서 돈주들에게는 자기를 보호해줄 수 있는 큰 기관의 영향력 있는 간부들의 ‘선’을 찾는 것이 돈벌이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북한의 돈주들은 당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 ‘당원이 아닌 사람은 돈주가 될 수 없다’는 얘기인가 싶겠지만, 이는 각 시도군에 김 씨 부자 동상과 사적 연구실 등 ‘우상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경우 노동당에 입당시키거나 ‘죄’를 용서해주는 등 정치적 명예를 돈으로 사고파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2013년에는 김일성, 김정일 기금을 만들어 헌납의 규모에 따라 김정은 감사표창과 노력영웅 칭호까지 남발하면서 개인자금 절취에 올인해 오고 있다. 다만 강제성이냐 자발성이냐에 따라, 즉 돈주들의 돈 활용도에 따라 당원도 되고 당원직을 빼앗기기도 한다.

북한 돈주들의
부동산 투기와 부작용

북한의 신흥 부자들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에 열을 올린다. 북한의 부동산 정책은 국가가 주택을 지어 무상 공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북한 경제의 피폐함이 이를 옛말로 만들었다. 그래서 돈주들은 권력기관의 명의를 빌리고자 기관 직원으로 입직한다. 직원이 아니면 시공주가 되어도 주택 허가를 받을 수 없고, 검열에 걸리면 무상몰수를 당하기 때문이다.

시공 후에는 국가에 20%를 헌물로 바쳐야하는데, 돈주들은 이를 10%로 줄이기 위해 ‘꼼수작전’에 돌입한다. 명의를 가진 책임자가 김정은에게 건설 전 종업원 주택문제를 풀기 위해 20% 국가반납분을 10%로 줄여달라는 ‘배려요청’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청이 수락되면 실제 시공주들은 종업원이 아니라 투자자에게 팔아 원가보상의 명목으로 책임자와 이득을 공유한다. 북한의 아파트 건설 현장

방법은 이렇다. 우선 도시설계사업소에 설계심사를 받고 건설감독성의 부지허가(건설명시)를 받아 건설주와 계약을 맺는데, 건설주와는 시공 후 5세대 정도를 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한다. 이후 초기 자금 15만 달러만 가지고 기초공사를 하면 입지조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는데, 평양의 경우 입지와 기초공사 속도를 보고 기초 시기에 2만 달러를 투자하면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완성 후 구매하려면 5~10만 달러에 육박한다.

평양 아파트 붕괴 후 건설 책임자의 보상없는 사과 하지만 아무리 권력기관의 명의를 쓴다고 해도 운이 나쁘면 건설이 끝난 후 통째로 빼앗겨 투자자들의 성화에 자살하는 돈주도 있다. 2007년 평양시 중심구역인 중국역에 김정일 호위국군(경호)의 명의를 빌려 20층짜리 아파트가 건설됐는데, 당시 호위국이 김정일에게 호위국군관들과 일반 사람들이 함께 입주하면 ‘신변 비밀유지’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고 이에 호위국이 독자 입주를 비준받으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재산을 잃고 말았다.

호위국 명의를 빌려 좋은 입지에 고층 아파트를 세워 일확천금을 얻으려던 돈주는 건물을 통째로 뺏기고 투자자들의 ‘공격 쓰나미’에 40대에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이 사건은 ‘정책과 법이 뒷받침되지 않는 사업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북한에서는 시멘트와 철근, 골재 등 건설자재가 싸게 생산되고 있고, 인건비도 저렴하기 때문에 돈주들은 부동산을 돈 벌기 좋은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

한국산 제품 ‘통일되면 더 잘살 수 있다’는 인식 전파

북한 주민들이 사는 주택의 경우 단독주택은 지방에만 가능하고 평양의 경우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선호한다. 단, 아파트의 경우 3~6층이 이상적인 층이다. 전기 부족으로 엘리베이터를 정상 가동할 수 없게 하였고 전압이 약할 경우 고층에 물을 올리지 못하므로 수도공급은 6층 이하만, 7층부터는 고층에서 하수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서다. 그래서 아파트 화장실은 물을 2톤가량 저장할 수 있다.

게다가 온수체계 자체가 설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운물을 사용하려면 끓여서 사용해야 한다. 돈주들은 난방을 보장하기 위해 남한산 경동보일러를 선호하며 전기를 담아두기 위해 용량이 큰 탱크 배터리를 구입해 이용한다. 조명용으로는 태양광 설치가 기본이고, 가스를 구매해 음식조리를 하는데, 가스는 생산량이 부족해 25kg짜리 한 통에 40~60달러를 준다 해도 없어서 못 살 정도다.

국경선 주변에 사는 돈주들은 중국산 가스통을 구입해 쓰고 있다. 평수가 커도 남한의 원룸보다 생활 편리도가 낮다고 봐야 한다. 만약 북한의 돈주들에게 평양의 50평대와 서울의 20평대 아파트를 서로 바꾸자고 하면 서울의 20평대에 웃돈을 얹어 주겠다고 할 것 같다.

시장 나가는 북한 할머니와 지나가는 청년 북한 돈주들이 선호하는 상품은 한국산이다. 김정일 시대에는 한글만 표기돼도 세관에서 단속을 했지만, 지금은 TV나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 들어갈 때 상표를 중국산으로 부착해 들어간다. 사용설명서는 그대로 들어가면서 ‘한국산이 아니라 중국에서 조립해 한국에 판다’는 말로 안면 있는 세관원들을 다독이는 것이다.

북한 돈주들의 기호품은 2000년대 중반에 벌써 일본을 제치고 한국산이 됐다. 한국산은 질이나 기술에 있어 중국산과 비교조차 안 된다는 평가가 북한 돈주들에 의해 공기처럼 퍼져있는 것이다. 통일이 되면 잘 살 수 있다는 인식을 북한 사회에 전파한 돈주들의 공로를 언젠가는 평가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통일 후에는 건설공법을 무시하고 돈만 쫓는 북한 돈주들에게 ‘시공사와 계약을 맺을 때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사항을 교육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 건설자재를 빼돌리는 방법으로 공법에 어긋나게 짓는 바람에 수백 명이 무고한 생명을 잃었던 2014년 5월 평양 아파트 사고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돈주들의 잘못된 사고방식 때문에 생명보험도 없이 하늘나라로 간 북한 동포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남한의 건설법이 북녘땅에 상륙하는 날까지 통일을 외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통일! 통일! 통일이 모든 것을 구원한다고…….

<사진자료: 연합뉴스>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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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발행 : 2017-05-15 / 제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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