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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영화 ‘가족의 나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국제예술영화관연맹상을 비롯해 유럽과 일본의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하고 있는 재일교포 양영희 감독이 이 영화의 국내 개봉에 맞춰 동명 에세이를 출간했다. 양영희 감독은 자전 에세이에서 10대에 북한으로 송환돼 다시는 일본으로 돌아오지 못한 세 오빠의 이야기와 그에 얽힌 자신의 우울한 가족사를 담았다.

‘가족의 나라’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구상에 없다. 교포 신분으로 차별을 받으며 일본에서 유년기를 보낸 세 오빠들은 많은 조총련계 청년들처럼 ‘사회주의 조국 건설’을 위해 ‘지상낙원’이라고 선전되던 북한으로 떠났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귀국동포’라는 차별을 받으며 북한 체제의 감시 아래서 자유를 박탈당한 채 일본으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이후 40여 년 동안 이들 가족은 두 번 다시 한 지붕아래 함께 지낼 수 없게 됐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큰 오빠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는 이유로 자아비판의 대상이 되어서 우울증을 앓게 되었고, 둘째 오빠는 자유의지를 포기하고 사상교육을 받는 일상에 순응하게 되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북한의 엘리트가 되었던 막내 오빠는 얼굴 안쪽에 생긴 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겨우 일본 으로 왔지만 귀국한지 2주만에 ‘일제귀국령’이 내려져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게 된다. “너는 자유롭게 살아라. 네가 돌아가게 된다. “너는 자유롭게 살아라. 네가 있는 모습 그대로.”라는 말을 뒤로한 채.

안데르센의 동화 중에 ‘백조왕자’ 이야기가 있다. 나쁜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해버린 오빠들을 위해 쐐기풀로 옷을 지어 오빠들을 구하는 엘리자의 이야기는 현실과 많이 다르다. 셋째 오빠를 따라다니는 감시원에게 저자가 ‘더 이상 따라다니지 말라’며 화를 내자 감시원은 이렇게 소리친다. “동생분이 싫어하는 그 나라에서 오빠도 저도 같이 살고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우리는 그렇게 사는 겁니다.”

결국 죽을 때까지 혹은 체제가 바뀌기 전까지 ‘가족의 나라’는 없는 것이다.


탈북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탈북’ 자체가 아닌 청소년들간 ‘소통’에 초점을 맞춘 소설책이 나왔다.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해 남한에 왔지만 탈북청소년들 대다수가 이곳에서 이방인 취급을 당하며 융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통일이 되면 오히려 우리나라에 손해가 된다는 편견에 사로잡힌 남한 아이들, 이미 상처 입은 영혼에 또 다른 아픔을 겪어야 하는 탈북청소년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형상화했다.

이 책은 ‘류명성 통일빵집’, ‘빨리’, ‘오뚝이 열쇠고리’, ‘아바이순대’, ‘자그사니’, ‘책 도둑’ 등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라를 보며 북에 두고 온 동생을 그리워하는 명성, 탈북한 모녀와 가족이 되어 가는 주희, 좌절을 모르는 기철이에게 마음이 끌리는 다경, 엄마처럼 따랐던 언니에게 배신을 당하는 강희, 떠돌이 개 멍구를 데려다 기르는 연미, 학교 대신 서점에서 지식을 채우고 상처를 치유하는 은휘의 이야기가 때로는 발랄하게, 때로는 아이러니컬하게, 그리고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소설 ‘류명성 통일빵집’은 박경희 작가가 탈북청소년대안학교인‘하늘꿈학교’에서 3년간 글쓰기를 지도하며 탈북청소년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과정에서 나온 작품이다. 30년동안 방송작가생활을 하면서 2006년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의 ‘한국방송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한 박경희 작가는 앞으로도 소외되고 아픈 청소년들에게 손수건이 되어 줄 수 있는 글을 쓸 생각이라고 한다.

박경희 소설가는 ‘분단’이나 ‘통일’이라는 말조차 생소한 청소년들에게 탈북아이들의 아픔과 희망을 보여주고 싶다며, 목숨을 걸고 이 땅에 와서 뿌리내리기를 시도하고 있는 수많은 탈북 청소년들, 즉 '미리 온 통일의 징검다리'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글. 기자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