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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zine Vol.48 / 20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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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통일 | 느낌 있는 여행

마침표로 시작하는 처음 대한민국 7번 국도

때론 말줄임표나 쉼표 같은 마침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고치고 또 고쳐도 어쩐지 부족하게만 보이는 문장들이 생길 때면 잠시 마침표를 찍어둔다. 마침표를 찍는다 해서 그것이 반드시 끝이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번 손을 탔지만 끝내 완벽해지지 못한 문장에 안달하는 동안 정작 그 문장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들을 잊지 않기 위한 잠시간의 마무리인 셈이다. 인생에도 가끔 그런 마침표가 필요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래, 유난히 부산했기에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한 지난해에 오랜 망설임 끝으로 마침표를 찍어본다. 체념의 의미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반성과 다짐인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앙금처럼 가라앉은 어제의 망설임과 진짜 쓰고 싶었던 오늘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위해 동해의 긴 허리선을 따라 걸어봤다. 그렇게 올해의 첫 문장은 대한민국 7번 국도에서 시작한다.

미련을 비워내는 방법, ‘고성’

▲ 호국영웅쉼터구태여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택한 여행길은 과연 한적하고 느렸다. 험하기로 손꼽힌다는 미시령의 구불 길을 엉금엉금 기어내려 7번 국도와 맞닿자, 그제야 투박한 민낯의 들녘이나 드문드문 자리한 오래된 시골마을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그렇게 또 한참을 달리면 짙푸른 동해바다의 머리맡이 시야 끝에 잡힌다.

얼마 전부터 고성에서 출발해 삼척까지 구불구불 이어지는 240km의 해안국도에 새로운 애칭이 생겼다. 무려 ‘낭만가도’다. 불쑥 등장한 낭만이란 단어가 쑥스러워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잠시, 그 낭만이 시작되는 길목에서 만난 화진포의 그림 같은 풍경에 감탄사가 터진다. 호수와 바다가 만난 동해안 최대 규모의 석호는 봄여름가을겨울 조금씩 다른 얼굴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계절에 아랑곳없는 울창한 송림과 유난히 높고 파란 겨울의 하늘이 호수 위로 제 얼굴을 비치는 동안 유유히 무리 지은 철새 떼가 한바탕 물장구를 쳐댄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화진포의 성이라 불리는 김일성 별장과 화진포해수욕장 등의 관광지가 사이좋게 모여 있다.

▲ 화진포의 성(김일성 별장) / ▲ 화진포해수욕장

독일망명 건축가가 지어, 1948년부터 2년간 김일성 일가의 여름별장으로도 이용됐다는 화진포의 성은 문자 그대로 언덕 위의 성이다. 생각보다 아담한 규모의 별장은 그 모양새보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광으로 더 유명하다. 이층의 전망대로 뛰어 올라가 창문을 활짝 열면, 네모난 액자 속으로 동해의 선명한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 펼쳐진다. 좀 더 차분히 바다를 바라보고 싶다면 화진포해수욕장으로 향하면 된다. 화진포의 성에서 송림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바다가 바로 화진포 해변이다. 인적이 드문 이때쯤이면 수만 년간 바위가 부서져 만들어진 백사장을 오롯이 차지할 수 있다. 눈치 볼 것 없이 잘그락 거리는 미련과 망설임을 떠내려 보낸다. 여유가 된다면 내친김에 고성의 통일전망대도 지척이라 두루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 월남전참전 기념탑 / ▲ 화진포의 성 (통일전시관)

욕심이 덜어내기 위한 멈춤, ‘속초’

미련을 털어 내자 미적지근했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다시 7번 국도 위에 올라서 다음 목적지인 속초로 향하다 보니 드디어 도로 옆으로 바짝 바다가 따라붙는다. 눈 쌓인 동해바다를 그리며 출발했건만, 남의 속도 모르고 마냥 해맑은 겨울 하늘과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어느새 파도소리가 거문고의 음률과 닮았다는 영금정에 도착한다. 지금은 동명항 끝자락 암반 위 아담한 정자에 영금정이라는 현판이 달려있지만, 본래 영금정은 정자가 아닌 바위산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방파제의 골재로 채취되어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 영금정 / 영금정 해돋이정자 ▶

▲ 아바이마을의 오징어순대와 아바이순대, 명태회냉면 한 상음악소리 같다는 파도의 부대낌을 귀에 담을 수 없어 아쉽지만, 해안선 최전선의 정자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취 역시 빼어나 찾아 온 발걸음이 헛되는 일은 없다. 원 없이 바다를 구경했다면 이번엔 속초 도심 속으로 향해본다.

지척의 아바이마을은 1.4후퇴 때 남하하는 국군을 따라 내려왔다가 북쪽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들이 정착해 생겨난 마을로 지금도 거주민의 60%가 함경도 출신이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함경도식으로 조리한 오징어순대와 아바이순대를 맛볼 수 있는데, 선지를 많이 넣은 순대는 쫀득한 맛이 일품이고 속이 꽉 찬 오징어순대는 담백해 여행자의 주린 배를 채우기에 그만이다. 그리고 특별하지 않아서 더욱 정감 있는 좁은 골목을 지나면 200원의 즐거움, 갯배체험도 할 수 있으니 놓치지 말 것. 그리고 이쯤에서 과한 다짐이나 욕심을 덜어낸다.

진짜 하고 싶은 오늘의 이야기, ‘양양’

▲ 홍련암그리고 눈꺼풀은 무겁고 오후 햇살마저 게을러지는 시간, 이번에는 속초와 맞닿아 있는 양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사찰로 향한다.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이 머물렀다는 천년고찰의 첫 인상은 압도적이다. 탁 트인 바다 위에 웅크린 사찰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가파른 오르막과 돌계단을 수없이 걸어 올라서야 하지만, 그 끝에 마주하는 경관은 달기만 하다.

절벽 위 소나무에 기댄 정자에 올라 멀리 시선을 두어 그윽하게 감긴 동해의 수평선 아래 바다가 긴 숨을 내쉴 때면 멀리서부터 파도가 꿈틀댄다. 그래, 바다의 숨소리에 맞춰 숨을 가다듬는다. 새해의 원대한 포부로 머릿속을 가득 채워 돌아가리라 다짐했건만 생각이 문장이 되기 전 파도에 휩쓸려 흩어져 간다. 불필요한 미사어구와 복잡한 첨언, 자리를 못 찾은 문장 기호들이 둥둥 떠다니는 동안 감정이 벅차오른다. 설명할 길 없는 감정들이 잦아들자 말끔해진 머릿속이 다시 첫 문장을 기다린다. 이제 정말 올해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다.

낙산사의 의상대와 더불어 동해 최고의 일출 장소로 손꼽히는 하조대까지 둘러봤다면 낭만가도의 3분의 1쯤은 감상한 셈이 된다. 돌아가야 할 시간, 구름처럼 깔리기 시작한 안개 속을 헤매다 기어이 해가 저물고서야 한계령을 넘어선다.

다시 내일의 해가 뜬다면, 털어낸 미련과 욕심의 빈자리마다 새로운 희망과 다짐을 적어 넣을 수 있으리라 믿으며...

▲ 원통보전 / ▲ 해수관음상

<글.권혜리 / 사진.신영민>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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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전체 기사 보기 기사발행 : 2017-01-04 / 제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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