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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 평가와 향후 과제 (최명해/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문제에 매몰되지 않고 한·중 양자관계의 본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양국은 향후 관계발전을 위한 ‘협력의 틀’을 다방면에서 구체화했다. 우선, 정치적 협력 증진을 위해 다층적 대화채널을 신설하는 등 전략대화의 포괄적 강화에 합의했다. 그동안 한·중 간에는 관계의 수사적 격상에도 내용이 부실했었다. 역시 ‘정치적 신뢰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제 전략적 신뢰를 축적할 수 있는 채널들이 더욱 정비되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경제적 측면에서 ‘낮은 수준’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를 목표로 하는 경협의 틀을 마련한다는 데에 합의했다. 양국의 정권교체로 동력이 다소 떨어진 FTA 협상이 최고지도자 간 합의로 다시 활기를 띨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경제무역, 금융, 과학기술, 에너지, 해양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체결된 ‘협력문건’들도 향후 양국 경협의 초석으로 작용할 것이다. 셋째, 사회문화 교류 측면에서 ‘한·중 인문교류 공동위원회’를 설치해, 국민 간 민족주의적 정서의 충돌을 사전 예방할 기제를 마련하였다. 그간의 한류(韓流)와 한풍(漢風)과 같은 외형적 화려함이 아니라, 보다 높은 수준의 문화교류를 통해 국민정서의 기저에서부터 ‘신뢰 축적’의 기회를 증진시켜가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 달리 주목되는 부분은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 인식의 앵글이 더욱 좁아졌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한국과 북핵문제를 논할 때 주로 지역 및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사안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점차 북핵문제가 자국의 안보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에 대해 역대 정부보다 더욱 구체화된 표현의 공동성명으로 나타났다. 과거처럼 ‘한반도 비핵화 지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원론적 표현 대신 북한 핵개발이 한반도 및 지역에 ‘심각한 위협’이 됨을 명시했다. 비록 북·중관계를 고려해 ‘북핵 불용’이라는 문구를 공동성명에 담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북한 비핵화가 한·중 공동의 목표임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외교적 수사 뒤에는 언제나 국익에 기초한 전략적 셈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내부적으로 ‘포스트-소강(小康)사회를 위한 미래비전’을 구상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것이 바로 시진핑이 역설한 ‘중국의 꿈’(中國夢)이다. 그가 말한 ‘중국의 꿈’은, ‘전면적 소강사회 완성(2020년)’ 이후 중국이 지향할 미래 국정비전이다. 이러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향한 ‘중국의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역 강대국’의 지위를 넘어 미국과 함께 국제질서를 경영하는 ‘세계 강대국’으로 본격 발전해야 한다.
현재 중국은 이러한 자국의 미래 구상에 한국이 얼마나 호응할지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북핵문제 해결의 구체적 접근방식에서 중국은 주체가 아닌 객체의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이번에도 중국은 남북관계 개선 및 6자회담 조기 개최를 통한 국면전환을 여전히 강조하였다. 결국 한반도 및 동북아의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한 비전공유 노력 없이는 북한(핵)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적극적인 독자적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뢰란 단발성 외교적 스킨십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이해를 부단히 조정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향후 20년을 향한 ‘협력의 틀’을 마련했다면, 이제 그 틀에 의존해 소통하며 컨텐츠를 채워나가야 한다.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진정한’ 내실화는 한반도 및 동아시아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과정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창의적인 한반도 미래 비전을 만들어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주도해 나가야만 한다는 점이다. 이는 새로운 ‘동북아 G2 체제’의 등장과정에서 우리가 피동적 객체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방법이며, 중국의 유의미한 대북정책 전환을 유도하는 길이기도 하다.

<사진_청와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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