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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알프스, 가평에서 자연의 품에 안기다

DMZ에 대한 회화적 고찰  가일미술관
"신이여 우리에게 무기를 들지 않을 힘을 주소서."
2차 대전 중 나치에 의해 처형당한 행동주의 신앙가 디트리히 본회퍼는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란 질문에 이렇게 기도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문자 그대로 ‘무기 없이’라는 전제하에 만들어 진 DMZ(비무장지대)는 과연 어떤 공간일까? 이 질문에 대답을 하기 위해 기획 된 전시 ‘금지된 정원(Forbidden Garden)’이 호젓이 흐르는 북한강변에 위치한 가일미술관에서 개최됐다.

전시에는 평소 DMZ 문제를 주목해온 이반, 김용태, 송창, 손기환, 류연복, 황세준, 강용석, 고정남, 김태은 씨 등 9명의 작가들이 드로잉,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의 작품을 출품했다. 이들 작품에서는 무늬만 ‘평화로운’ 비무장지대 일 뿐 60여 년간 분단의 상처와 전쟁의 긴장감을 간직한 군사지대인 ‘단절의 공간’ DMZ가 소통의 공간으로 변모해 하루 빨리 ‘평화통일’이 되길 바라는 작가들의 염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월북한 부친의 영향으로 예술적 기반을 ‘분단’에 두고 활동 중이라는 작가 이 반의 ‘DMZ NOTE 17’과 무채색의 물감 위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붉은 글씨가 선명한 류연복 작가의 ‘MINE’ 그리고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의 상징인 국가통치자를 각각의 캔버스에 그려내 마주 보도록 장치한 손기환의 ‘마주보기’ 등 남북한의 상황과 이데올로기 그리고 그 속에서 짓밟히고 있는 생명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만한 수준 높은 작품들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 일정을 마친 후 6월과 7월에 유럽으로 자리를 옮겨 독일 베를린과 에스토니아의 타르투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라 그 의미가 깊다. 사실 가일미술관은 국내외 동향에 맞춘 다양한 기획전은 물론 실내악과 재즈 등 다양한 공연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이름난 곳. 건축가 출신의 개인이 마련한 사설미술관답게 공간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시 공간이 이색적이다. 또한 전시회를 둘러본 뒤 잠시 쉬었다가고 싶다면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야외 데크가 매력인 카페 609가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자연이 전해주는 이야기  호명호수
가평 8경 중 제2경으로 알려진 호명호수는 북한강 하류물을 산꼭대기까지 끌어올려 전기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물을 떨어트림 으로써 전기를 얻도록 만들어진 국내 최초 양수 발전소 의 인공저수지다.
특히 발전용으로 조성된 호수답게 광활한 면적 에 산세가 좋기로 유명한 호명산이 품고 있어 백두산 천지에 비견 되기도 한다. 가일미술관에서 출발한다면 북한강로를 따라 가다 신청평대교삼거리에서 춘천, 서울 방향 으로 좌회전해 가면 채 30여 분이 되기 전 닿을 수 있는데 산 주변으로 이어진 구불구불한 나무숲 드라이브코스가 여행의 여유를 더 한다.

단 호명호수는 개인차량 통제구간이기 때문에 주차장 앞 정류장에서 시간별로 운영되는 버스를 이용하거나 시간 여유가 있다면 연둣빛 싱그러운 나무그늘 아래로 설렁설렁 1시간 여 정도 걸어 올라가면 된다. 특히 입소문 자자한 팔각정(홍보관)에서 내려다보이는 청평호반의 풍광을 보고 있자면 어수선한 남북정세와 무관하게 언제나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자연의 위대함에 대해 경탄을 내뱉게 된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주는 여유를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자라섬캠핑장을 추천한다. 호명호수에서 12km 남짓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자라섬캠핑장은 수도권 최대,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규모가 워낙 커서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샤워실, 화장실, 취사실 등의 위치와 텐트를 이용할 사이트를 확인하는 일이다. 캠핑장은 모빌홈, 캐라반, 캐라반사이트, 오토캠핑장 등의 야영시설과 취사실, 화장실, 샤워실, 세탁실 등의 편의시설이 완비돼 있어 캠핑을 즐기는데 불편함이 없다. 다만 상대적으로 나무그늘이 적어 타프(그늘막이)는 필수로 챙겨야 한다.

자라섬캠핑장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북한강변을 끼고 있다는 지리적인 여건이다. 접이식 의자를 펼치고 앉아 여름햇살이 부서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자면 일상의 시름쯤은 별게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자라섬에서 하룻밤을 보낼 계획이라면 놓치면 아쉬운 명소가 한군데 더 있다. 바로 캠핑장 한쪽에 인접해 있는 이화원이다. 이화원(二和園)은 화합, 화목, 평화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화’를 테마로 브라질의 커피나무, 이스라엘의 감람나무, 하동의 녹차나무, 고흥의 유자나무 등이 동산으로 조성돼 있는 테마식물원이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죽림, 열대숲길, 실개천길 등 구석구석 신경 쓴 조경과 곳곳의 조형물이 있어 여행 인증샷을 찍기에 좋다. 특히 담장아래 윤이 반질반질 나는 장독대의 모습이 노곤한 여름날의 여유를 대변하는 듯싶다. 또한 성인기준 3000원의 입장료에는 음료가격이 포함돼 있어 식물원 한쪽의 카페에 앉아 여유 있는 티타임을 즐길 수 있으니 놓치지 말 것.

최근 가평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제이드가든 식물원은 행정구역상 춘천시에 속해있지만 가평에서 더 가깝다. 특히 자라섬 캠핑장에서는 차로 단 10여 분 거리라 본격적인 야외 수목원을 경험하고 싶다면 둘러볼 만하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속 여주인공 의 집으로 등장했던 장소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내국인 물론 외래관광객 들의 발길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인공미와 자연미가 적절히 섞인 식물원은 다양한 식물종과 식물원 내 레스토랑의 식재료를 직접 키운다는 키친 가든을 비롯해 흔들다리 덕분에 어린이 관람객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나무 놀이집, 굽이굽이 떨어지는 폭포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워터풀가든 등 총 24개의 테마소원으로 나눠 구성돼 있다. 특히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나무, 흙, 계단, 돌을 이용한 다양한 산책로와 그늘 아래로 자리한 벤치, 피크닉 테이블 등 곳곳에 관람객을 배려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산책코스는 낙엽송 우드칩이 두껍게 깔려 걸을 때마다 푹신한 느낌을 즐기고 나무 내음을 만끽할 수 있는 ‘나무내음길’, 수목원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는 데이트코스 ‘단풍나무길’ 그리고 나무 그늘아래 바람으로 땀을 식히기 좋은 ‘숲속바람길’ 등이 있으며 보통 1시간 여 정도가 소요된다. 재밌는 것은 가족단위 관람객은 물론 1인 용 벤치 등 개인 관람객을 위한 시설 역시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점. ‘느리게 걷기’의 의미가 단순히 걷기의 빠르고 느림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바쁜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서 천천히 걷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맞다면 제이드가든 수목원은 ‘느리게 걷기’가 무엇인지 체감하게 해주는 곳이다.

제 아무리 가평의 신록이 짙푸르다 해도 여름더위는 만만치 않다. 더욱이 야외시설이 많은 가평에서는 여행기간 내내 달고 시원한 음료수를 연방 들이키기 마련. 더운 날씨 속 군것질과 음료수로 더부룩해진 뱃속을 달래기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 만 한 게 없다. 특히 칼칼하게 손맛 더해 무친 젓갈을 고슬밥에 얹은 후 싱싱한 야채에 야무지게 싸서 한 입 가득 씹으면 노곤했던 정신까지 번쩍 드는 기분이다. 사실 가평 맛집은 춘천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 탓에 닭갈비나 막국수 또는 특산품인 잣을 이용한 손 두부집이 대부분. 때문에 강원도식 젓갈무침을 한 상 가득 받아 볼 수 있는 젓갈쌈밥정식은 더 이색적이다.

감칠맛이 있는 어리굴젓, 탱탱한 명란젓, 쉽게 맛보기 어려운 가자미식혜, 씹는 맛이 일품인 낙지젓 등 9가지의 신선한 제철 젓갈과 바글바글 짭쪼름하게 맛을 낸 된장찌개, 짠맛을 잡아주는 뜨끈한 계란찜 이 기본 찬으로 나온다. 여기에다 홍어회 와 문어, 부드러운 수육을 묵은지에 싸먹 는 홍어삼합이 함께 상에 오른다.
텃밭에서 재배한 듯 싱싱한 쌈야채도 입맛 돋우는 젓갈류도 리필이 가능한 점 역시 가평의 인심을 잘 보여준다.

일반식당과 달리 배를 든든히 채운 후에는 사장님이 식당 바로 옆에 위치한 간이매점에서 원두커피를 제공해 마지막까지 입이 호사를 누린다.
젓갈쌈밥정식집은 남이섬캠핑장에서 북한강변로를 따라가다 호반로를 거쳐 가평오거리에서 ‘가평’ 방면으로 우회전해서 가다보면 찾을 수 있다.
<글. 권혜리 / 사진. 나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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