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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우리,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학생과 탈북 대학생의 통일 수다

낯설음도 잠시, 너무 빨리 친해졌어요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09학번 김진원

갓 제대한 예비역이라서 군기가 바짝 들어있던 진원이. 경진이와의 어색한 순간은 금세 이겨냈지만, 나이 어린 학과 여자 후배들과의 간극을 좁히는 것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저는 탈북한 대학생이라고 해서 거리감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없네요. 오히려 여자 후배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기가… 하하.”
“경진이 첫 인상요? 눈매가 매서워 보였어요. 하지만 대화하고 나니 말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착한 동생 같네요.”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10학번 조수정

유쾌한 성격의 창원 처녀, 수정이는 최근 학과 내에서 탈북어린이에게 봉사하는 소모임을 구성하느라 여념이 없다. 심리학 공부도 병행해서 북한이탈주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고.
“경진아 너 키 되게 크다?”
“탈북 대학생과의 만남이 처음이라 무척 긴장했는데 경진이와 너무나 빠르게 친해져서 나도 놀랐어요. 그리고 여성에 대한 배려를 보여준 경진이에게 참 고마웠고, 경진이의 정신력 같은 부분은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11학번 추유나

장차 통일부에 들어가서, 통일을 준비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유나. 경진이를 만나기 전에 긴장을 많이 했었지만, 가장 빨리 친해진 성격 좋은 울산 친구.
“경진아 너 진짜 말 잘한다. 연예인같이...”
“경진이는 정말 말을 잘하고, 재밌는 농담도 할 줄 아는 기분 좋은 친구 같아요. 빠른 생일 탓에 동생인지 친구인지 헷갈리지만요. 자기 주장도 확실하고 자신감이 있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

인천 폴리텍대학 자동차학과 13학번 김경진

축구를 좋아하고 연애에 속 앓이하는 청년. L4(Learn to Love, Love to Learn)라는 탈북청소년 축구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국가대표 구자철 선수의 포지션)를 맡고 있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하는 청년.
“진원이 형은 무섭게 생겼는데, 알고 보면 정말 친절한 것 같아요”
“수정이 누나는 남한테 봉사하면서 살아가는 사람 같아.”
“유나는 굉장히 진중한 성격의 친구 같아요.”
“남한에 와서 가장 좋았던 것은 자유입니다.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유. 그리고 책임. 자유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지는 사회. 그것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진 군은 2010년에 탈북했다. 2006년에 탈북을 먼저 하셨던, 부모님이 그립기도 했지만 어릴 적부터 남한 TV 드라마를 통해 보았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에 대한 동경이 훨씬 컸다. 남몰래 시청하던 ‘대장금’, ‘가을동화’ 등에서 느껴지는 자유롭고 풍요로운 남한의 이미지가 너무나도 궁금했었다고. 경진 군은 탈북 순간의 경험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는 사회분위기가 흉흉해서, 국경 쪽을 지키는 수비대에 걸리면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국경수비대가 국경을 지키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3회의 경고를 하는데 불응 시에는 무조건 총살이라고 했거든요. 새벽 한 시에 압록강에 닿았는데 강폭이 정말 좁은 곳이었어요. 대략 20~25미터 정도? 아버지가 브로커에게 돈을 쥐여 줬다기에 안심하고 강을 건너는 데, 국경수비대가 저를 보고 ‘섯!’이라고 외치더라구요. 일단 도강을 멈추고 굳어있었는데, ‘아버지가 돈을 줬다고 했으니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다시 앞으로 나갔어요.
근데 그때! 두 번째로 경고하는 거에요. ‘섯!’이라고. 당시에는 눈앞이 하얘지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어요. 한참이 지난 것 같은데, 어느 순간이 되니깐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앞으로 가나 뒤로 가나 죽는 게 마찬가지라면 난 앞으로 가겠어.’ 라고. 그래서 눈을 질끈 감고 앞으로 전진했는데, 더는 경고가 나오지 않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딱 그 순간에 브로커가 국경수비대에게 돈을 건네준 거죠.”

“통일을 향한 젊음의 목소리는 모두가 같았다”

추유나 - 통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며, 통일을 준비함에 있어서 대학생으로서 어떤 것을 해야 할까?

김경진 - 좋은 질문이네요. 북한사람이 사실 통일을 더욱 원해요. 가난해서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니깐. 대한민국과 통일을 하면 우리의 취업문제도 해결되고 굶어 죽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2008년도에 300만 명이 굶어 죽었어요. 굶어서 죽는다는 것... 말이 안 되는 일 같아요. 남과 북의 대학생이 서로 손잡고 뜻을 모은다면 통일의 순간이 더욱 빨리 오지 않을까요?

김진원 - 북한사람들보다는 남한사람이 통일에 대한 생각이 적은 것은 사실이에요. 남한은 통일비용에 대한 생각이 많은 것 같아요. 단순히 ‘북한이랑 엮이기 싫다’ 이런 사람이 많다는 것이 문제지요. 우리 같은 대학생이나 젊은 청년들이 다 같이 힘을 합쳐서, 그런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친다면 통일이 좀 더 가까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청년실업에 대한 각자의 생각

김진원 - 각종 언론에서는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하고, 일자리가 많이 없다고 보도하는데, 각자가 자기분야에서 전문성을 갈고 닦는다면, 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현역 대학생으로서 너무 크게 겁을 먹고 초조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조수정 - 제가 아직 3학년이고, 속 편한 생각인진 몰라도 각자 전공을 살린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취업하는 대다수가 대기업, 공무원만을 생각하는 게 문제 아닌가요? 저는 제 전공인 북한학을 활용해서 북한이탈 주민에 대한 일을 하고 싶어요.

추유나 - 제 생각은 사실... 꿈을 쫓는 게 아니라 돈을 쫓는 것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중소기업에서는 사람을 못 구하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 같아요. 돈이 아닌 꿈을 쫓아간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상황이 될 거라고 믿어요.

김경진 - 북한도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해요. 가난에 대해서는 그 어떤 지도자들도 정답 같은 조치를 한 적이 없는 듯합니다. 저도 유나 생각과 비슷해요. 어느 잡지에서 본 이야기인데, '대한민국 청년의 60%가 넥타이를 매고, 점심시간에는 커피 한 잔을 들고 다닐 수 있는 직장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 문제 아닐까 해요. 모두가 다 1등일 수는 없잖아요. 도전 정신도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해요.

과거 미국에서 러시아 사람들에 대한 TV 방송이 나간 후의 반응은 엄청난 수준이었다고 한다. 매카시즘의 폐해로 인해서, 공산주의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악마’와 같은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던 미국인들이 많았다. 그들은 방송에서 처음 접했던 러시아 주민들의 모습과 일상적인 행동들이 미국인과 비슷한 ‘인간다움’을 갖고 있다는 것에서 크게 놀랐다고 한다. 경진 군이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 우리나라에 왔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차별’이라고 한다. 북한사투리를 쓴다는 이유 하나로 색안경을 끼고 경진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서 느꼈던 실망감이 깊은 상처를 내고 말았다고. ‘북한에서 탈출했다’는 사실을 소거해내면 경진이는 또래의 대학생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서로가 어색했던 첫 만남의 시간도 잠시, 곧 네 명이 ‘한 덩이’가 되어 즐겁게 대화할 수 있었다. 어쩌면 통일한국을 대비해야 하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조금은 ‘편협’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본 것이 아닐까?
글.박순모 사진.나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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