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이슈 | 포커스

무술년에 그리는
한반도 평화

박인휘(이화여대 스크랜튼대 국제학부 교수)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청에서 MOU 서명식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정유년의 한반도에는 전례가 없었던 심각한 안보위기가 있었고, 무술년 새해를 맞이한 지금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은 아직 잘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작년 말 가까스로 한중관계가 복원되었고,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한·미·중 관계의 정상적인 세팅을 위한 외교력이 서서히 동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작년 말 평양에서 개최된 군수공업대회에서 김정은은 핵무력 완성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기에까지 이르렀고, 이제 더 이상 짜낼 지혜가 없을 만큼 대북정책의 옵션은 서서히 고갈되는 듯한 모양새다.

지난 6년 동안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의 북한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핵개발과 핵포기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던 김정일과는 달리 김정은의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한 마디로 북한식 ‘속도전’으로 몰두했다. 북한은 왜 그랬을까? 특히 2016년 이후 숨 가쁘게 수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했음은 물론 미국 본토에 다다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과 관련해서는 무모함이 엿보일 정도였다. 북한은 무슨 계산을 한 것일까? 모든 종류의 분석을 포괄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두 개의 설명이 자리 잡고 있다.

▲ 북한 제8차 군수공업대회 참가자 맹세문 채택 모임 현장

첫째는 미중 경쟁이 가속화되는 외교안보환경을 북한의 영구적인 생존의 적기(適期)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미중간 국력의 격차가 확연히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동아시아 차원에서는 미중 양강(兩强)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는 양상이다. 북핵 문제가 워낙 위중하여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한 목소리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미중경쟁구도는 기본적으로 북한에게 기회의 창을 제공할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둘째, ‘핵·경제 병진’에는 본질적으로 두 개의 공존할 수 없는 목표가 함께 제시되어 있다. 핵무기 이슈가 쟁점으로 남아 있는 한 경제건설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북한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리스크가 크지만 미국을 상대로 핵문제를 빨리 담판 짓고 넘어가야만 경제로의 목표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북한은 꿰뚫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굳이 또 하나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트럼프 효과’를 들 수 있는데, 생존을 건 담대한 모험을 하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그 어느 미국 정부보다도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북한 사회를 향한 관여정책이 무엇인지
그야말로 오천만의 지혜를 모을 때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
인민대회당 국빈만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대북 제재는 북한에게 고통을 주기는 하겠지만 ‘핵 포기’의 결단까지는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핵을 무용지물로 만들어야 한다. 북한 핵을 몇 가지 핵심 수단으로 꽁꽁 둘러싸서 핵이 가지고 있는 공포의 위협을 근본적으로 제거하자는 의미이다.

핵심 수단의 첫째는 외교다. 한·미·중의 ‘비핵연대’만 확실하게 구축하고 있어도 북한은 핵을 가지고 섣불리 어떻게 하지 못 할 것이다.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조화로운 동시 추진을 위한 여건이 어렵사리 마련되었으니 한·미·중이 자주 만나고 긴밀하게 대북 정책을 조율해 나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평화체제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북한이 비핵화 대화 혹은 거기에 준하는 수준의 대화에 나오도록 끊임없이 설득하고 모멘텀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필요하다면 우리끼리 협약도 맺고, 그간 북한 문제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국회의 역할도 강화해 우리 스스로 더 단단해 져야 한다

북한 핵을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두 번째 수단은 전략적 대북관여정책이다. 의도는 좋았지만, 단순 가공업 중심의 개성공단도, 제한된 공간에서 특정 사람들과의 접촉만이 허용되었던 금강산사업도,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를 교훈 삼아 북한 사회의 신경세포를 건드릴 수 있는 관여정책이 무엇인지 그야말로 오천만의 지혜를 모을 때이다.

포획의 세 번째 수단은 우리 스스로의 대내적 준비이다. 필요하다면 우리끼리 협약도 맺고, 그간 북한 문제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국회의 역할도 강화해서, 우리 스스로 더 단단해 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재래식 무기를 중심으로 우리 군의 대북 억지수단을 더욱더 강화해 나가야 한다. 요란하게 떠들 것 없이, 차분하게 정찰감시 역량도 높이고 첨단무기도 구입해서, 대북한 억지수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정부의 정책을 지지할 것이다.

1994년 제네바합의 이후 정확히 23년 동안 모든 대북정책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낸다는 차원에서 보자면 실패했다. 돌이켜 보면 이렇게 했었더라면 하는 후회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 더는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무술년의 아침에 그려보는 평화는 한반도 운명이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손에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만든다.

<사진자료: 청와대, 연합뉴스>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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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발행 : 2018-01-09 / 제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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