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통일 | 투데이남북

북한에 1인 가구
개인사업자가 늘고 있는 이유

이준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2014년 여름 평양에서 유행한 패션 스타일

북한의 이데올로기 주체사상의 철학적 원리는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며 운명을 개척하는 힘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사상이다. 다시 말해 “혁명과 건설의 주인은 인민 대중이며 혁명과 건설을 추진하는 힘도 인민 대중에게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론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의 해석범위에서 벗어나면 그것은 ‘개인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자본주의 논리가 된다.

체제와 현실이 모순된 ‘자력갱생 사회’

고난의 행군시기 북한 당국은 주체사상을 개인의 실생활에 구현하지 못해 배급제가 무너졌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사와 동사로 어처구니없이 목숨을 잃었다. 주체사상을 사상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생존과 직결된 운명으로 받아들일 때 그 정당성과 생활력이 입증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사건이었다.

자기운명은 자기가 개척해야 한다는 김정은의 ‘자력갱생’ 논리는 결국 ‘알아서 살아가라’는 얘기다. 하지만 김정은은 자기 운명을 개척하려고 탈북하는 사람들을 억압하며 스스로 주체사상의 모순을 드러낸다. 우리 안에 갇혀 주는 풀만 먹고 살던 북한 주민들이 우리를 박차고 나와 주체사상이 가르쳐준 ‘자기운명 개척의 길’로 과감히 들어서는 모습은 실로 감탄할 일이다.

‘1인가구’는 북한 젊은이들의 생존 전략

' ▲ 평양 중산층 가정의 집 내부 북한은 이동의 자유, 여행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직업의 자유 등 인간의 기본 권리를 ‘조직’이라는 수단으로 억제하는 유일무이한 나라다. 그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자유 없는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생존과 직결된 문제에서 만큼은 조직을 이용해 조직 책임자들을 먹여 살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당이 지시한 공장, 기업소에서 일을 하더라도 생계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병원에서 노동취약자로 진단서를 만들어 사회편의봉사시설기관으로 옮긴다. 여기서는 단위 책임자로부터 타 지역에 나가 돈을 벌어 북한 원화가치로 월 5~10만 원을 직장에 바치기로 약속한다.

공업도시나 농업지구에 나가 월세 방을 얻어 살며 불법으로 돈벌이를 하는 것이다. 남자들은 힘에 걸맞는 일을 하고 여자들은 의류장사를 하다가 급기야 성매매를 하는 등 닥치는 대로 돈을 벌기도 한다. 물론 이들은 해당 지역 공안 기관으로부터 숙박검열을 받게 된다. 이때는 집주인과 친인척으로 둔갑해 집주인과 임차인의 공동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기묘한 대안도 갖고 있다.

북한 젊은이들은 창조성을 운운하며 덩치 큰 조직의 통제를 벗어나 작은 조직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곳에서 번 돈의 일부를 바치고 자기 삶도 유지하는 식이다. 워낙 사회적 통제에 스트레스를 받아온 까닭에 독립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혼자 사는 늙은 집주인을 찾아 방을 얻고 그에게 한 달에 쌀 20kg을 월세로 지급하며 산다. 배급제가 무너지고 제 입에 풀칠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이 버터야 하는 조건과 환경은 무엇이었을까.

김정은, 이설주 옷을 만들어 파는 북한 패션디자이너

' ▲ 북한 헤어, 패션 스타일을 선도하고 있는 김정은, 이설주 부부 북한에는 옷공장들이 많다. 대개 중국에서 주문을 받아 가공품을 수출하는 봉제공들에게 월 20kg의 식량을 공급하는데 가족이 먹고살기엔 턱없이 부족해 사직을 하고, 직장에서 배운 기술을 활용해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의류를 제작해 돈을 번다. 이런 개인 의류 제작자들은 김정은이나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입은 옷을 모방 디자인해 패션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공략한다.

여기에 먼저 반응하는 사람들이 북한의 간부와 그 부인들이다. 지도자와 그의 부인이 입은 옷을 모방해 만들면 존엄 도전에 걸려 숙청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와 정 반대가 된다는 것이 새삼스러울 정도다. 김정은이나 이설주는 자기가 입은 옷이 인민들 사이에서 호평이 되는 것을 마치 자기 사상만이 아니라 입는 옷까지 숭배된다는 착각에 빠져 즐거워하는 것이다. 2,500만이 같은 옷을 입어도 진품은 자기들이 입은 단 두 벌 밖에 없다는 사실에 더욱 쾌감을 느낀다.

퇴근 후 집에서 돈 버는 ‘개인 미용소’

여성들은 머리를 꾸미는데 남다른 취향을 갖고 있다. 북한에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다. 평양 창광원이 대표적인 미용실인데, 창광원은 1982년 김일성주석의 생일 70주년을 기념해 수영, 이발, 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최대 봉사기지로 신설된 곳이다. 하지만 창광원은 수용인원이 한정돼 있어 아는 사람이나 소개로 오는 손님이 우선시 된다.

때문에 평양 평천 지역 새마을동에 있는 상업전문학교 미용과를 졸업하고 창광원이나 구역, 동 지구 미용실에서 일하는 미용사들도 많다. 중앙기관인 인민봉사총국이 배치한 곳에서 일하면 월급만으로는 살아가지 못해 기술을 이용한 불법장사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자기의 미용기술을 자신하는 미용사들이 창광원 미용실이나 지역 미용실에서 보수 없는 봉사를 하는 것보다 퇴근 후 집에서 미용기술을 이용해 돈을 벌고, 직장을 그만두고 개인미용소를 차리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이 없는 평양에도 미용을 잘하는 여성들의 입소문은 거의 마하속도가 되어 퍼진다. 그래서 개인 미용사들은 한 명당 30~50불(3~5만 원 정도)의 이익을 챙기는 고급 직업이 되고 있다. 남성들 역시 개인 이발사를 선호하며, 최근에는 여성들을 남자 이발사로 떠미는 사회적 풍조도 일어나고 있다. 단, 외모에 대한 자신 있는 여성들만이 이발사로 고용된다.

' ▲ 북한 남성의 평범한 헤어스타일들 한편 이발사들은 외국문화에 젖은 청년들이 요구한 자본주의나라 헤어스타일을 해주었다가 자본주의 선전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먼저 한 헤어스타일은 돈을 많이 버는 지름길이 된다. 평양뿐 아니라 지방에도 많은 개인 이발사들이 존재하는데 그들 역시 생존과 부의 지름길을 선호한다.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죄가 아니라 가난을 극복하지 못하는 체제에서 태어난 것이 죄라고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제는 북한당국이 이런 현실을 인지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한다. 국가를 위해 아무리 일하고 봉사해도 불법이 아니면 생존할 수 없는 현실을 체감한 주민들을 기억해야 한다. 당국이 야심차게 준비한 핵의 무게에 짓눌려 생존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현상을 극복하기위해서는 누군가 내미는 도움의 손을 잡는 것이다.

<사진자료: 연합뉴스>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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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발행 : 2017-12-11 / 제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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