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통일 | 투데이남북

북한의 낭만 6교,
평양 대동강 이야기

이준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 평양 대동강

남한을 대표하는 강은 한강이고 북한을 대표하는 강은 대동강이다. 평양에 위치한 대동강은 청류교, 옥류교, 릉라교, 대동교, 양각교, 충성의 다리 등 여섯 개의 다리가 연결돼 있다. 북한의 대동강은 평양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홍수 피해를 막아주는 곳이다. 최근에는 여름부터 가을 사이 대동강맥주 축전을 여는 낭만의 장소이기도 하다.

분단 이후 평양 대동강의 저주

1968년 7월 3일간 400mm 폭우로 평양이 물에 잠기는 일이 있었다. 당시 대동강에서는 사람과 짐승들이 떠내려 오다 옥류교 보에 맞아 숨지는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김일성 주석은 모란봉 을밀대에 올라 그 광경을 지켜보다 “옥류교를 폭파시키라”고 지시했는데 2시간 뒤 군 공병부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폭우가 멈춰 다리는 폭파를 면할 수 있게 됐다.

' ▲ 대동강에 전시한 푸에블로호 하지만 아파트 2층까지 물에 잠길 정도로 피해가 극심해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라는 공포어가 탄생될 정도였다. 당시 기상청에 따르면 100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이상기후 현상이었다고 한다. 이에 북한 정부는 국가 자연개조사업을 추진하였으나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등극하면서 자연개조사업은 낙원거리 건설 때문에 밀려 외곽 순위로 밀려났다.

1980년 10월 10일 노동당 6차 대회에서 김정일이 공식 후계자로 선포되면서는 대동강 정리사업이 본격화됐다. 상류에 순천갑문과 봉화갑문이 건설되고 하류에 서해갑문을 건설하는 대자연개조사업이 진행됐다. 1985년에는 20리 날바다에 서해갑문을 세워 바다의 흐름을 막고 큰 수해가 나는 것을 막았다. 당시 김일성이 과학자들에게 서해남포갑문을 막았을 때 예상되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는데, 그 결과 장단점을 90 대 10 퍼센트 비율로 예견했다.

좋은 점은 물고기가 득실거리는 대양어장으로 변화되는 것이고, 나쁜 점은 대동강이 오염될 수 있다는 것인데 장마철 봉화갑문에서 물을 때면 서해남포갑문을 통해 오염된 물이 바다로 빠지기 때문에 크게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2000년대 중반 대동강이 심하게 오염돼 오히려 90%의 단점이 됐고, 대동강 유역의 농경지에 물을 댈 수 있다는 점은 10%의 장점이 됐다.

사회의 성격을 반영하는 서울의 한강과 평양의 대동강

남한의 한강과 4대강 논란과 비교해보면 이렇다. 식수원으로 이용하는 한강댐에 녹조가 많아 국민생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홍수에 대한 다른 대안을 찾고서라도 다시 깨끗한 한강으로 태어나게 하는 것이 한국, 그리고 민주사회다. 하지만 대동강은 통치자의 최대 업적으로 부각되어야하는 우상화용이기 때문에 100% 문제가 돼도 손볼 수 없는 것이다.

대동강 상류에는 순천화력발전소를 비롯해 운곡금제련소, 순천제약공장, 덕천자동차공장 등 오수정화설비가 낙후해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공장들이 즐비하다. 더구나 북한의 수도 평양의 중심지인 평천 구역에는 60만kw의 화력발전소가 있는데 이곳에서 매일 오염된 냉각수를 방출해 대동강을 아프게 하고 있다.

‘ ▲대동강에서 낚시하는 주민들

‘ ▲평양화력발전소의 연기

그러나 중금속에 오염된 대동강 물고기들은 생존에 목마른 주민들의 포획물이 되어 위생검역 없이 시장으로 유통된다. 때문에 간염환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평양 수자원 관리국에서는 대동강물을 정수해 공급하지만 식용수는 반드시 끓여 먹으라고 공식 통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용수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국가가 수질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평양시 인민위원회에서는 인민반별로 물과 대동강 물고기는 100도씨로 끓이거나 조리해 먹으라는 지침을 내렸다. 대동강 물고기를 먹지 말라고 여러 번 주의했으나 “먹다 죽으면 한이 없겠다”는 막무가내식 주민들이 있어 제시된 방법이다. 대동강 수질검사에서 대장균을 비롯한 여러 병원균이 발견돼 당국이 질병 예방 차원에서 내린 조치였다.

‘어머니 강’ 대동강이 늙어간다

북한에서 대동강은 보통강과 순화강 등 크고 작은 물줄기들을 품에 안아 거대한 바다로 보낸다는 의미에서 ‘어머니 강’이라고 노래한다. 그런데 남포서해갑문을 막은 다음부터는 서해 밀물과 썰물의 조수차가 중단돼 썰물 때 빠지던 보통강과 순화강이 평양의 거대한 오물단지가 돼버렸다.

평양의 특산물은 ‘평양냉면’과 더불어 ‘대동강숭어국’이었다. 1985년 남포서해갑문을 막으면서 바다로 돌아가지 못해 소멸된 숭어들이 15년이 지난 2000년 평양 중구역에 자리잡은 ‘평양대동강숭어국집’의 간판이 ‘평양메기탕집’으로 바뀐 것만 보아도 대동강의 특산을 살리고 싶어 하는 북한 당국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서울의 한강에 합류하는 중랑천에서 7~10kg 짜리 비만 잉어떼가 득실거리는 장관을 보고 물고기도 서울에서 태어나야 자기 명을 다 사는구나 하는 생각에 잠긴 적이 있다. 사람이 손짓만 해도 아가미를 물 밖으로 내미는 중랑천과 강남의 양재천 잉어들을 보며 평화로움을 만끽하기도 한다. 서울의 중랑천과 양재천이라고도 볼 수 있는 보통강이나 순화강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다.

평양에 봉이 김선달이 나타났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한양인들에게 4천 냥에 팔아먹었다는 옛이야기는 봉건왕조 때 낮은 학벌로 당대 사회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자의 울분을 다룬 일화로 기억한다.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사대부 집에 길어다 주는 물장사꾼을 보고 대동강을 팔아야겠다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주막집에서 물장사꾼들을 꼬셔 얼큰하게 대접하고 동전 몇 닢씩을 나누어주고 다음날부터 물을 길어갈 때 자기가 준 동전을 한 닢씩 자기에게 주고가라는 이야기였다.

다음날 이 광경을 본 한양상인들이 대동강의 주인이 김선달인 줄 알고 흥정을 하고자 1천 냥을 불렀다가 김선달의 꾀에 넘어가 5천 냥에 샀다는 일화이다. 현대사회에서는 감옥신세를 져야하는 사기행위다.

' ▲ 서울의 한강은 마음 놓고 산책하고 운동하는 도시민들의 휴식처다 그런데 오늘날도 현대판 김선달이 평양에 있다. 김선달의 12대손인 김정은이다. 해마다 8월 10일부터 9월 9일까지 삼복더위기간에 대동강에서 ‘맥주축전’을 벌이며 국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물론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줄어든 외화를 획득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그 옛날 봉이 김선달에게 당했던 한양상인들처럼 대동강 물을 팔아먹으려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평양의 대동강은 부벽루와 을밀대가 있는 모란봉을 감돌아 아름다운 경관을 담고 있다. 하지만 산세가 좋은 곳 마다에 특각(통치자의 별장)이 지어지고 그 주변에는 개미 한 마리도 얼씬하지 못하게 하는 경호벽이 가로막혀 인민들의 문화 휴식터는 제한적이다.

한강의 긴 거리를 마음 놓고 산책하고 운동도 하는 한강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 번 돈으로 못사는 백성들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었다는 일깨움을 주듯이 북한 당국도 하루 빨리 역사의 강들을 오염시킬 핵이 아니라 민생을 위한 ‘대동강의 기적’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서울의 한강에서 평양의 대동강을 회상하다

한반도 역사는 한강과 대동강에서 흘러온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강 유역과 대동강 유역은 반만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왔고 지금도 유유히 흐르며 오늘과 내일을 저장하고 있다. 고구려의 옛 수도 평양은 대동강을 대표하고, 고려와 이조 왕조의 500년 역사는 서울의 한강과 더불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국토의 강들이 민족 분단의 상징이 되어 한강과 대동강을 따로 바라봐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 야밤을 밝히는 한강 세빛섬 전경

세월이 흘러도 오로지 거대한 바다의 품으로 달려가는 서울의 한강과 평양의 대동강의 도도한 흐름처럼 한민족이 대동강과 한강을 품은 서해의 넓은 품에서 통일의 격정을 터트릴 날만을 학수고대한다. 우리의 조상님들이 애국으로 지켜주고, 또 무능으로 빼앗기기도 했던 역사의 한강과 대동강은 바다에서 하나가 되는데 그 물을 먹고사는 한민족이 하나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통일을 숙원으로만 간주하는 것이 아닌 노력으로 쟁취해야 하는 민족 최대의 과업이라고 생각한다. 38선이 강토를 가로막고 있지만 한강과 대동강은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민족에게 생명수를 주며 남북 서해안을 쉼 없이 두드린다. 영혼 없는 파도소리지만 잠자는 우리 영혼 속에 통일의 절실함을 깨우쳐주는 것이 아닐까.

<사진자료: 연합뉴스>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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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발행 : 2017-11-10 / 제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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